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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리 이재근 선생최의선의 고막리 편지

휴일인 아침, 내가 사는 월곶면 고막리에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목줄이 풀어진 진돗개 한 마리가 막 문을 나서던 여든한 살의 이웃집 할머니를 물은 것이다.

휴일이어서 집에 쉬고 있는 개의 주인집 아들이 비명소리를 듣고 뛰어나가 얼굴에 피가 낭자하게 흐르는 할머니를 차에 태워 병원을 향했는데 이후는 더욱 아슬아슬하고 숨가쁘게 이어졌다. 첫 번째 찾아간 병원 응급실에는 정형외과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야했고 두 번째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 일산 큰 병원으로 달려가 응급실에서 찢겨진 얼굴을 꿰멘 후  다음날 수술하기로 한 후 그 날의 참담한 사건은 일단락이 지어졌다.

아들과 함께 뛰었던 개주인인 어머니는 아득하기만 한 혼란 속에서 동갑나기 할머니가 무사하기만을 기도했고 뛰어다니는 아들의 모습에서 위로와 안심도 되었다고 한다. 아들은 세 번째 병원에 찾아온 가족에게 어느새 준비했는지 꽤 두둑한 봉투를 내밀며 이 후 주차비, 식사비 등 경비에 보탤 것과 거듭거듭 사과를 하면서 최선을 다해 치료해 드릴 것을 약속해 피해 가족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어머니가 80여년을 살면서 그리 크게 놀랄 일이 없었던 삶에 감사하면서 상처를 입은 할머니를 어머니처럼 돌보기 위해 이튿날 휴직계를 냈다. 하지만 그의 직업이 기능직이어서 휴직은 실상 퇴사로 이어지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강행했고 이후 그는 퇴사처리가 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온 몸과 얼굴에 난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아 성형수술은 잘 진행되었고 할머니는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개주인 아들을 오히려 위로하며 이웃 간의 정도 금이 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잊고 있었던 아들의 초등학교 시절의 일이 떠올랐다. 친구 때문에 눈 밑에 큰 상처가 났을 때 아들은 엄마가 그 친구 집에 병원비를 물리고 야단칠 것을 염려해 “친구의 집이 몹시 가난하고 친구가 아주 착하다”고 말해 어머니 자신이 병원비를 해결하도록 했다. 어머니는 아들과 같은 사람이 정말로 자신이 낳은 사람이라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 아들은 지금 구직을 위해 도서관을 찾아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다. 그 아들은 54세 노총각 이재근 씨다.

최의선  webmaster@gimpoj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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