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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방분권화! 적폐청산의 종착역정왕룡 의원 기고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 소회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며 청와대를 떠났다.

그는 ‘헌재판결 승복과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기대했던 국민절대다수 여론을 사실상 거부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그나마 아름다운(?) 마무리 기회마저 던져버린 것이다. 이제 정국은 급속도로 차기대선 정국으로 빨려들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번 탄핵과정에서는 그간 생소했던 용어하나가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적폐’가 바로 그것이다. ‘오래도록 누적되어 왔던 폐단’을 의미하는 이 말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굴곡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길게는 해방직후의 친일청산의 실패와 분단. 가깝게는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에 이르기까지 그 사례가 주변에 널려 있다.

지금 대선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방법과 강도에 차이는 있지만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다. ‘적폐청산’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성장통이자 시대적 과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정경유착 근절’ ‘재벌 전횡방지’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 ‘선거구제 개편’ 등 여러 과제들이 나열되고 있다. 하지만 당연히 핵심의제 중 하나로 떠올라야 할 용어가 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 ‘지방분권화’가 바로 그것이다.  

외신들은 이번 탄핵과정에서 보여준 우리 시민의식의 성숙도와 민주역량에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국가 지도자의 부재 속에서도 별다른 혼란 없이 놀라울 정도로 안정감을 유지한 대한민국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청와대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권력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도 국가 시스템이 버티어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년을 뛰어넘는 지방자치의 역사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중앙권력의 혼돈 속에서 광역, 기초단위 지방정부와 의회의 존재는 시민들이 기댈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든든한 벽이었다.

김포시만 하더라도 탄핵과정이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시민들은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시의회에 몰려가기도 하고 때로는 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일상적으로 펼쳤다. 국가적 정치위기 상황에서도 지방자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역차원에서는 활발한 시민공론의 장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떠받치는 주요한 축으로 지방자치가 시민 속에서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단면이었다.

하지만 3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방자치 역사는 연륜의 무게와 다르게 그 내부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중심에는 ‘제왕적 중앙집권화’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떠받치고 있는 각종 무기와 제도들이 있다. ‘재정운용과 인사권, 각종 조례제정의 엄격한 제한, 규제 및 지침의 남발’ 등으로 표현되는 중앙정부의 횡포에 가까운 행정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진행된 방만한 예산운용의 부담은 고스란히 지방정부에 전가되었다. 그것을 광역지방자치 단체는 고스란히 기초지방자치단체에 다시 떠넘기거나 일시적 지원을 한 뒤 특정 시점에 가서 단절시켜버리는 방법으로 자기만의 살길을 찾았다.

일선에서 시민을 상대하는 기초단위 지방정부와 의회는 분출하는 시민들의 요구와, 부담을 떠넘기면서도 군림하려는 중앙권력, 그리고 수수방관하는 광역 지방정부 사이에서 압사 직전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박근혜 정부 내내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누리과정예산’ 논란의 본질도 결국은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행정자치부 장관당시 야심차게 추진했던 ‘주민자치회’ 건설이 그가 퇴임 후 유야무야 되었던 일이나 ‘거대 읍면동’ 행정단위 개편추진이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되었던 일은 탁상행정의 전형적 사례로 남을 것이다. 지방선거 때마다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정당 공천제’도 그것이 담고 있는 순기능과 별도로 현실에서는 변질 왜곡되는 부작용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왕적 대통령제 못지 않은 제도개선 대상은 과도한 중앙집권화다. 그러기에 나는 과도한 중앙집권화를 적폐명부에 당연히 올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 대선후보들이 자신들의 공약에 이를 어떻게 반영할지 전국의 지방자치 일꾼들이 두 눈 부릅뜨고 바라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 기초 지방정부 수장이 대선에 과감한 출사표를 던진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역시 광역 지방정부 수장으로서 지방분권화 실현의 역량을 갖춘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방분권화의 의제를 얼마나 주도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대선이라는 공간적 특징이 중앙차원의 거대담론에 몰두하게 만드는 정치상황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분권화 의제는 좀처럼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 않는 현실이다.

적폐청산의 종착역은 지방분권화의 실현이다. 바꿔 말하면 지방분권화 실현없는 적폐청산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과도 같다. 탄핵이라는 특수상황으로 인해 빚어진 대선공간에서 나는 정당소속 여부와 별도로 어느 후보가 지방분권화에 대한 의제설정 능력과 실현의지가 있는지 지켜볼 것이다. 동시에 후보들 토론과정에서 지방분권화가 주요 의제로 설정되기를 방송사 등 토론준비 주체에 촉구해 본다. 시민들 역시 이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5월에 들어서게 될 차기정부 앞에 놓인 과제들은 그 양과 질에 있어 역대 정부의 규모를 능가할 것이라 예상된다. 그럼에도 ‘적폐’라는 용어로 상징되는 산적한 현안들 앞에서 중심을 잃지않고 성공한 정부로 마침표를 찍기를 바란다. 더불어 지방분권화를 제대로 실현한 최초의 정부로 역사책에 기록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왕룡 시의원

정왕룡  webmaster@gimpoj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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