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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나눔

고막2리는 동네잔치가 자주 열린다. 인심 좋은 막달레나 할머니는 계절 따라 “제철음식을 만들어 먹자”며 동네사람 불러 모으기를 좋아한다.

올 정월 대보름날에도 어김없이 오곡밥과 나물잔치를 벌려 배불리 먹고 윷놀이도 벌어졌다. 그녀가 아낌없이 곳간을 비워 나누는 바람에 다른 아낙들도 틈틈이 장만해 둔 호박나물, 고구마, 다래 순, 피마자 나물, 방풍나물, 도토리와 고구마 묵 등을 들고 와 고막리 동네잔치가 된다. 동네 사람들이 점심과 저녁을 함께 하면서 이웃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하루는 어느새 지나가 버린다.

사랑이 전염되듯이 인정도 전염되어 인색한 이들도 이 때만은 냉동고에 잠들어  더 오래두면 먹기 나쁜 음식들도 들고 오는 것이다. 비움의 행복을 덤으로 받게 되니 이런 동네잔치는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동네잔치에서 사람들은 ‘맛있다!’를 연발하며 서로에게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필자가 회원으로 있는 나눔단체 정기모임에서 올 한해 실천하고 싶은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때도 비움과 나눔이 주축을 이루는 생각들이 나왔다. 욕심 버리기, 감사하기, 국민체조하기, 자신을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기에 올해는 무조건 자신을 사랑해보겠다는 다짐,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위해 언행을 조심하기, 체력 가꾸기, 옷장과 서랍 정리하기 등등.

특히 이웃사랑과 베푸는 일로 이미 정평이 난 회장의 말에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회장은 집에 있는 냉동고를 버렸다고 한다. “‘갑작스레 오는 가족이나 손님을 위해 장만해둔 것이지만 그 속을 채우는 일도 욕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 속을 채우느라 이웃과 나누는 일에 소홀해졌음을 알았기에 채우는 대신 비워야하고, 식품은 그 즉시 나누면서 소비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 자체를 아예 없앴다”는 것이다.

필자는 모임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어느 카톡방에 이렇게 올렸다.
 
“나눔의 천사가 냉동고를 버렸다는 이야기를 꼭 이 나라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특히 옷장 안에 옷이 수백 벌, 아니 그 이상 있을 대통령에게 말이다.”

최의선  webmaster@gimpoj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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