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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定名 1260' 유감뜬금없는 21갑자 기념 ... 예산도 관련 콘텐츠도 없어
   
 

김포시가 지난해 '평화문화도시 1번지'에 이어 올해는 '김포라 불린 지 1260년(정명 21갑자)'을 슬로건으로 삼아 여러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한 해를 가로지르는 슬로건을 만들고 그 슬로건에 맞춰 다양한 콘텐츠로 문화사업을 마련해 시민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높인다는 데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줄 압니다.

한 도시의 일 년을 관통하게 되는 슬로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의견과 시민의 공감을 한 데 모아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정체성을 확립하는 방향이 되어야 합니다. 시민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된 슬로건 아래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 그에 걸맞는 콘텐츠를 준비하고 관련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김포는 어떻습니까.

어느날 느닷없이 '정명 1260년 21갑자'를 들고 나와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김포라는 명칭이 역사서에 등장한 것이 475년 고구려 장수왕 때 기록이라 올해가 김포라 불린 지 1260년이 되는 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기념을 한다는데 우리민족 정서상 21갑자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민족은 기념하는 숫자를 10년, 30년, 50년, 100년 등 보통 10년 단위로 하고 있습니다.

갑자로 한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을병정...10간과 자축인묘...12지를 조합해 만든 갑자 을축 병인 정묘...가 한바퀴 돌아 다시 갑자로 돌아오는 게 60년. 따라서 1갑자(회갑)는 60년을 말합니다.그런데 21갑자라는 것은 뜬금없습니다.

갑자를 대표하는 것은 회갑입니다.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회갑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60년 주기 기념도 '3천갑자 동방삭'이 유명하듯 기념하는 숫자가 있습니다. 3천갑자 동방삭에 나오는 3천갑자는 무한한 숫자라는 개념입니다. 우리 민족은 3을 완전한 숫자로 여겼습니다. 1은 숫자의 시작이자 첫 양수이며 2는 첫 음수, 3은 1과 2가 만나 처음으로 만들어진 숫자로 완전한 숫자라는 것이지요.

아무리 좋게 보아도 경기도가 진행하는 '경기 천년'을 모방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슬로건을 만들었으면 그 슬로건 아래 머리를 맞대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앞서 말한 경기도는 2018년이 경기도가 한국사에 등장한 지 꼬박 1천년을 맞는 해라며 지난해부터 학술대회 등 다양한 문화사업을 치밀하게 준비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포시는 가급적 별도 예산없이 기존 행사와 계획에 김포 정명을 가미한다고 합니다. 예산없이 행사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준비도 없었고, 어느날 갑자기 '김포 정명'이 튀어나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올해 예산안을 심의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 열린 김포시의회 정례회 때 '김포 정명'에 대한 예산도 설명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김포시의 일년 문화를 선도하게 되는 '김포 정명'. 허울뿐인 헛구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더욱이 이 과정에 김포 문화를 책임지는 문화재단과 문화원, 예총이 함께 한 적도 없습니다. 관 주도로 문화를 이끌어나가는 것에 대한 허실은 요즈음 한창 시끄러운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사업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습니다.

슬로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역사와 문화 전문가 그룹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시민 제안도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생소한 21갑자 기념 같은 슬로건은 나오지 않는다고 봅니다.

기자 역시 문외한이지만 김포 슬로건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오는 2019년은 3.1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 김포에서는 양촌 오라니장터를 비롯 전역에서 만세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 곳이며, 만세운동으로 고초를 겪은 애국지사들이 많이 계신 곳입니다. 따라서 오는 2019년의 슬로건으로 '만세운동 100년'을 정하는 것입니다.

2019년의 슬로건으로 '만세운동 100년'으로 정해졌다면 이르면 올해부터 늦어도 내년 초에는 계획과 예산이 수립되야 합니다. 일년 이상 준비해야 제대로 된 문화사업이 가능합니다. 최소한 1년 전에 다음해 슬로건이 마련되야 한다는 것이지요.

문화사업은 중요한 사업입니다. 특히 김포시는 조용한 도농복합도시에서 인구 40만을 향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김포 토박이보다 외지에서 유입된 사람이 더 많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이런 때 김포시민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김포시민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문화사업은 필수라 하겠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어록 중에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큰 행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라는 유명한 말씀이 있습니다.

문화는 시민 스스로의 자긍심이고 측량할 수 없는 재산이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가치라는 말입니다.

김종훈 기자  webmaster@gimpoj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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