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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쓰듯 차린 초록의 밥상…그곳은 늘 5월‘초록을 동봉’하는 시인의 밥상


■ 이곳을 주목한다 - 운양동 샘재 ‘소담쌈밥’

운양동 샘재 언덕에 세상을 향해 ‘초록을 동봉’하는 시인이 있다.
이 땅 모든 대상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그와 나눈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시인이라면 임송자 시인의 삶에는 초록을 담은 시들로 가득하다.

“나무의 맨몸에서 잎이 돋을 때 젖니가 돋을 때처럼 근질근질 했는지 몰라/ 한 뼘씩 세상 밖으로 푸른빛을 밀어낼 때 아가의 첫 걸음마처럼 아슬아슬했는지 몰라(중략)/그래도 꿈이 달았던 거꾸로 아주 먼 나에게 오월의 찬란한 초록을 동봉하고 싶은 것이네”
 

임송자 시인

이 글은 임송자 시인의 ‘초록을 동봉하다’라는 시의 일부다. 이름없는 나무에서 초록이 시작될 무렵, 벅차오르는 생명의 감격을 세상 속으로 동봉하려는 것이다. 풍경을 위로하고 또 풍경에게서 위로받는 임송자 시인은 늘 초록에 담겨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운양동의 언덕 ‘소담쌈밥’에서 임송자 시인의 초록을 만날 수 있다.
꽃을 가꾸듯 세상에서 막 건져낸 초록들이 가득한 밥상으로 이웃들이 고여 들고 또 그와 나누는 몇 마디 대화 속에서 함께 시인이 되는 곳이다.


맑은 공간…직접 만든 식재료

이른 봄 초록의 잎사귀가 생명을 밀어내듯 ‘소담쌈밥’의 식탁에는 상추, 깻잎, 케일, 치커리, 오크, 샐러리, 청경채, 양배추, 고추, 근대 등 10여 가지의 야채가 김포에서 갓 태어난 초록의 신선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사이 된장과 유황으로 재배한 고추, 콩가루, 참기름, 들기름, 마늘 등은 고향 무주에서 정성들여 재배한 것들이다.

임송자 시인의 아호인 소담을 이름으로 한 ‘소담쌈밥’은 그의 맑은 정신처럼 식탁에는 신선하지 않은 것이 없다. 마치 시를 쓰듯 차린 밥상이다.
소담쌈밥에는 음식 외에도 다른 곳에서 느끼지 못하는 맛과 향기가 있다. 문을 열기 전 화단 가득 줄지어 선 야생화가 먼저 반긴다. 이어 벽면에 걸린 시화(詩畵)는 손님들의 눈을 빠져들게 하며 남편인 이무경 화백이 파일럿 시절 수집한 다양한 수석이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곳이다. 소호 이무경 화백과 함께 만드는 이곳이 모두가 시인이 되는 이유다.

임송자 시인의 초록 밥상과 마주하면 주위 작품이 다가와 작은 ‘문화공간’이 되고 맛과 향기를 품고 집으로 돌아가는 주머니 속에서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이 잡히는 것이다.


‘숲처럼 푸르게 살고 싶다’

김포우리병원 산책로를 따라 임송자 시인의 시들이 전시된 공간이 있다.
2013년 가을, 27여 편의 시들로 조성된 ‘시가 있는 풍경’ 산책로는 환자와 가족의 힐링 공간을 넘어 인근에서 이를 감상하기 위해 찾는 공간이 됐다.

임송자 시인은 전국적으로 배포되는 쉐보레 자동차 소식지에 3년째 매월 시를 싣고 있다. 매월 40만부가 배포되는 것으로 알려진 쉐보레 자동차 소식지에 시를 연재하는 유일한 시인으로 이미 유명해진지 오래다. 그리고 올해 2월 ‘적멸(寂滅)’이란 시로 제1회 산림문학상을 수상했다. 숲 사랑과 생명존중, 녹색환경보전의 가치와 중요성을 주제로 한 산림문학상은 제1회 대상자로 임송자 시인을 선정하며 “오래된 담장을 의지하고 함께 늙어가는 인간과 식물이 상생하는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임송자 시인은 “숲처럼 푸르고 나무처럼 정직한 시를 쓰겠다”는 짧은 수상소감을 남겼다. 그것 또한 초록에서 왔다.


초교 3학 때 시인 꿈꿔

임송자 시인은 초등학교 시절, 시인을 꿈꿨다고 한다.
꿈의 시작에는 소설가 박범신 선생이 있었다. 금강이 휘돌아 마치 섬이었던 내포초등학교 3학년 시절, 국어교사로 부임한 박범신 선생은 ‘희구름’이란 어린 임송자의 글을 본 이후 도시락을 싸오라고 했으며 학교에 남아 동화책을 읽게 했다,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2년간 원고지 가득한 박범신 선생의 관사 청소를 도맡아 하며 시를 쓰는 사이 무주초등학교에서 열린 무주군백일장대회에서 장원도 했다. 그때 부상으로 받은 24가지 색이 담긴 크레파스로 지금까지 세상을 그리는 시를 쓰고 있다.

임송자 시인은 “시인은 정신이 맑지 않으면 시를 쓸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맑은 정신’으로 살고 싶다.
임송자 시인의 시집 <풍경을 위로하다>에 ‘겨울들판’이란 시가 있다.
‘나는/ 좀/ 쉬고/ 싶습니다’라는 극히 짧은 내용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생명을 길러내고 다가오는 봄을 위해 잠시 쉬어야 하는 겨울들판의 웅장한 이야기를 표현했다.

겨울들판에서 마저 황량함이 아닌 생명의 깊은 속살을 보는 것이다.
 

곽종규 기자

문의:031)982-0200

 

곽종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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