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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야기
최의선 칼럼




살맛나도록 날씨가 좋은 오월이 왔다.
오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푸르고 화창한데 이런 오월을 나는 참 싫어했었다.
오월이 두려워지기 시작한 건 애들이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그때 남편 하던 일이 기우뚱해지면서 우리 여섯 식구는 내가 받는 잡지사 월급으로 살게 되었다. 애들 월사금, 각종 공과금 내는 날은 왜 그리도 빨리 오는지... 쌀은 왜 그리도 빨리 떨어지던지, 그때는 정말 모든 게 급하게 돌아와 내 등덜미를 떠밀어댔다.

어린이날을 질끈 눈감고 지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기에는 두 애들의 눈망울이 너무나도 초총초롱 빛났다. 기대에 가득 찬 눈망울은 눈을 감아도 지워지지 않고 꿈속에서도 나타났다.
어린이날이 지나자마자 어버이날이 뒤 쫒아 왔다. 우리 사는 처치 다 아시고 그냥 함께 사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시던 그 어른들은 용돈도 외식도 선물도 원하지 않으셨는데도 나는 지레 겁부터 먹고 맘속으로 짜증까지 냈다.
부부끼리야 말로 때울 수 있다 하더라도 자식과 부모에게는 그렇게 할 수 없지 않으냐고 끌탕까지 하면서 나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게 눈 한껏 치켜뜨고 눈총까지 주었다. 나의 뒤틀린 심사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5월 15일 스승의 날도 부담을 더 해 주었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그 당시 스승의 날은 은연중 학부모의 정성이 드러나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부담스러워만 했던 오월이었지만 몇 년이 흐르고 나니 어느새 내게는 어린이날이 사라져 버렸다. 아이들이 훌쩍 커버렸던 것이고 그에 따라 저절로 스승의 날도 나를 속박하지 않았다. 그것뿐인가 어버이날 계시던 네 어르신이 세분이 되고, 두 분이 되더니, 어느새 한분도 내 곁에 계시지 않게 되었다. 그런 연유로 나의 꽉 찼던 오월은 텅텅 비어버린 달이 되고 말았다.
자녀사랑, 부모님 효도는 마음으로도 표현할 수 있으며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금년 오월, 내 가슴에는 하이얀 카네이션과 붉은 카네이션을 달게 될 것이다. 마음속에는 하얀색을 내 스스로 달 것이고, 웃도리 가슴 위에는 내 아이들이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 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지난날의 과오를 후회하며 오월은 언제나 푸르고 화사해서 계절의 으뜸이라고 내 자신에게 속삭일 것이다.

<본지 편집위원·작가>

최의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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