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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기도의 계절

비가 내린 뒤 가을이 완연해졌다. 사막을 걷는 낙타처럼 견딜 수밖에 없었던 지독한 더위가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해시계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이나 “가을에는/기도하게 하소서/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가 생각나면서 집안보다는 집밖으로 나돌았던 지난 여름의 부산함을 접고 이제는 옷깃을 여미면서 차분하게 한 해를 정리해야 할 때임을 깨닫게 된다.
 
여름날의 뜨겁던 햇빛 속에서 달디 단 열매를 맺은 과실의 결실을 보면서 그 여름에 무엇을 영글게 했는지를 떠올려 보면 얼마쯤 쓸쓸해지면서 반성하는 마음도 된다. 또한 무성했던 나무가 낙엽을 떨어뜨리면서 겨울 추위에 대비하는 자세를 보면서는 우리 또한 자연의 질서 속에서 순명하며 오고 있는 내일을 맞이해야하는 때임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가을의 분위기는 사람을  겸허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시인들은 가을에 대한 시를 많이 썼다. 사람 또한 가을은 고독할 수밖에 없는 때임을 느끼면서 스스로 시인이 되어보기도 하는 것이다. 가을의 결실, 그리고 다가오는 시간을 준비해야하는 순환의 시기에 자연처럼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절대자를 느끼게 되면 우리는 자신 앞에 쓸쓸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가을에는/사랑하게 하소서/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시인은 가을의 쓸쓸함, 고독할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답을 주고 있다. 사랑이라는 따뜻함이 추위를 견디는 힘이라고도 귀띔해주고 있는 것이다. 절대 고독의 시인 김현승은 ‘가을의 기도’에서  가을은 사랑의 열매를 맺어야하는 때임을 말하고 있다.

사람은 고독하기에 더욱 사랑을 나눠야한다. 이 가을에 우리는 잠시 잊고 있었던 이웃,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기억하면서 겨울을 준비하는 기도를 하면 좋을 것이다. 

최의선  webmaster@gimpoj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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