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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이야기

더워도 너무 더운 이 여름의 끝자락에 오곡백화가 익어 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빨갛게 주렁주렁 매달린 고추는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해 고추농사 농부는 수확의 기쁨으로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마냥 흐믓하다.

옆의 살림꾼 아낙네는 태양초를 만들기 위해 폭염 속에서 고추를 널어 말리느라 손놀림이 바쁘다. 초가지붕위의 빨간 고추 풍경은 이제는 사진이나 그림으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지만 고막리에서는 마당 마다 빠알간 고추가 익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초가을의 풍경이 아름답다.

고추는 중부 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17세기 초엽 일본에서 전래되어 ‘왜 겨자’로도 불리었다. 고추의 붉은 색은 태양이나 불을 상징하면서 잡귀를 쫓는 색깔로 인식되어 아들을 낳으면 대문에 새끼줄에 빨간 고추와 숯을 매달아 걸어두는 풍습이 있었다.

“고추 당초 맵다 해도 시집살이 더 맵더라”는 말은 고추가 맵기 때문에 나온 비유로 고추의 매운 맛은 양념 중에서도 으뜸이다. 고추의 맛이 김치 맛을 좌우하고 있어 살림 잘하는 아낙네는 고추 고르는 솜씨가 기본 덕목이다.

고추가 제 맛을 갖기 위해서는 말리는 과정이 중요하다. 지금은 대부분 건조기에서 말려나와 본래의 알싸한 매운 맛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지만 아직도 태양초를 고집하는 이들도 꽤 있다.

헌데 태양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과정이 요구된다. 고추를 딴 후 깨끗이 씻어  2,3일은 그늘에서 말린 후에 햇볕에서 말리기 시작한다. 요즘처럼 강렬한 볕에는 고추가 탈 수 있어 덮개를 해주어야하고 밤이슬을 맞히지 않기 위해 저녁에는 걷어 들인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펼쳐 놓을 때 목장갑을 끼고 조심조심 다루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일주일쯤 반복해 완전히 말린다.

그런 연유로 고추말리는 아낙네는 이 기간에는 외출을 하지 않는다. 어쩌다 지나가는 소나기라도 맞으면 공든 탑 무너지기 때문이다. 올해는 유난한 폭염 탓에 고추가 대풍이어서 고추 값이 저렴할 것이라 하니 일 년분 양념 고추를 넉넉히 장만하고 마음이 푸근해졌으면 좋겠다.

최의선  webmaster@gimpoj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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