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최의선 고막리편지
명품악기 나무
[최의선 작가의 고막리 편지]

170여억원을 호가하는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는 1645년에서 1715년 사이의 소빙하기, 그러니까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추운 시기에 자란 나무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또 다른 명품 바이올린은 해발 3000미터 이상의 로키산맥 수목한계지대에서 지독한 비바람에 맞서다 무릎을 꿇고 있는 모양의 나무만을 재료로 쓴다고한다. 매서운 추위를 견뎌낸 나무, 온갖 역경을 넘어 선 나무만이 명품의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모두는 나름의 시련과 역경을 견디며 살아가는 나무다. 타고난 성품, 실력이 많고 적어서의 크고 작은 어려움은 각자 몫이라지만 갑작스런 자연재해, 병마, 가난 등은 참으로 난감하기만 하다. 어디 그 뿐인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온갖 부조리, 불평등은 그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며칠 전 마침내 지나가버린 2015년도 우리는 참으로 힘겹게 보냈다. ‘메르스’라는 괴물같은 바이러스의 침공, 막 나가고만 있는 북한의 소행, 자기이익만 챙기는 무례한 정치인들, 갑질의 횡포, 일하고 싶어도 일 할 곳이 없는 젊은이들….
‘어떻게 살아가지?’근심과 걱정을 하면서도 견디며 살아 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인간의나무’는 참 강하고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시 주어진 올 한해에는 어떤 시련들이 찾아올까?
아마도 지난 세월보다는 괜찮을거야, 낙관을 해보는 것은 희망사항이고, 어쩌면 예상하지도 못한 어려움이 닥쳐올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역경아, 올 테면 와봐! 시련은 견딜 수 있는 만큼만 주어진다고 하는데, 난 잘헤치고 나갈테니까”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두주먹을 불끈쥐고서 재무장을 해야 할 것이다.

전나무는 환경이 나빠져 생명이 위태로워지면 유난히 화려하고 풍성한 꽃을 피운다고 한다. 그 모습을 앙스트블뤼테(angstblute)라 하는데, 이 말은 독일어로 불안이라는 뜻의 ‘앙스트(angst)’와 개화(開花)의 ‘블뤼테(blute)’가 합쳐진 말이다. 인간의 나무는 전나무보다 더 강하니 힘들 때마다 전나무가 피워내는‘불안의 꽃’보다 더 아름답고 화려한 꽃을 피워내야 할 것이다.

최의선 (본지 편집위원·작가)

최의선 편집위원  -

<저작권자 © 김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의선 편집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