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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야기
[최의선 작가의 고막리 편지]


사람들은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추운 계절을 따뜻하게 나기위해 겨울채비를 서두른다. 김장을 하고, 난방을 위해 기름을 채우고, 연탄을 들여놓고, 난로 등 난방기구를 점검하며 두툼한 옷을 장만하는 등 여름채비와는 정반대가 된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의 저자는 감옥의 여름과 겨울에 대해 이렇게 쓰고있다. ‘한 감방 안에 있는 수인들은 여름에는 서로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면서 서로 멀리 떨어지려고 애쓰는데, 겨울에는 서로의 체온을 필요로 하면서 가까워지고, 어떤 때는 서로 부둥켜안고 자기도 한다’면서 겨울풍경에 대해 말하고있다.

따뜻해지지 않으면 안되는 계절 때문일까? 여름보다는 겨울에 이웃사랑이 더욱 푸짐해지는게 사실이다. 12월이 되면 빨간 자선냄비가 거리에 등장하고, 사랑의 온도계가 만들어지고, 선물보따리의 상징인 산타도 출동한다. 좁디좁은 골목에 사람띠를 만들어 연탄을 나르는 풍경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따사로움이다.

추위에 시달리는 서민들에게 겨울이 낭만이 있고 멋진 계절이라고 말하면 뺨따귀 맞을 일인지도 모르지만 실상 겨울은 멋진 계절임에 틀림없다. 서로의 외투에 손을 집어넣고 걷는 연인의 겨울, 호호 불어가며 까먹는 군밤과 군고구마는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이고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깊은 밤, 골목을 깨우면서 소리치는 “찹쌀떠억!”소리는 아스라한 추억의 그리움이다. 그뿐인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먹는 동치미 냉면은 겨울별미 중의 별미다.

필자가 사는 고막리에도 여름보다는 겨울에 동네사람들이 더욱 정겨워진다. 부녀회원들이 동지 팥죽을 쑤어 온 동네 사람들을 마을회관으로 불러 함께 나누어 먹는가 하면 호박죽도 자주 등장해 주민들을 호출하며 김장김치가 잘 익었다면서 앞다투어 만두를 빚어 나눠먹고, 모였다 하면 윷놀이를 하면서 서로 어우러진다.

그래서 겨울은 바깥인심은 사납지만 안인심은 그 어느 계절보다 따뜻하고 정겹다. 서로에게 다가가면서 체온을 필요로 하는 계절, 겨울이야말로 가장 따사로운 계절이 아닐까? 올 겨울은 그 어느 겨울보다도 더 따뜻한 겨울이 됐으면 좋겠다.

최의선 본지편집위원·작가

최의선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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