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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일의 처녀선교사 랭킨
[최의선 작가의 고막리 편지]

1884년 이 땅에 최초로 온 서양선교사는 의사이며 외교관인 알렌으로 그는 세브란스를 세웠다. 이듬해(1885년) 미국에서 공식 선교사로 한국에 온 언더우드와 아펜셀러는 연세대와 배재학당을 세웠다. 같은 해 한국에 온 최초 여선교사인 메리 스크랜튼(당시 52세)은 이화학당을 만들면서 교육의 황무지였던 근대 한국을 변화시키고 근대화를 이끈 주역이 됐다.

그에 비해 당시 한양이 아닌 지방에서 학교를 세우고 선교에 힘쓴 선교사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우리가 꼭 기억하며 기려야 할 선교사가 있다. 그 분은 전주기전여학교를 짓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주일학교를 만든 처녀선교사 랭킨(넬리, B 랭킨, 한국명 나은희, 1879-1911)이다.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태어나 애그니스스콧 대학을 졸업하고 스물일곱에 선교사가 돼 이 땅을 밟은(1907년 2월13일 군산 도착) 이 후 서른한살의 젊은 나이에 하늘나라에 가기까지 4년반 동안의 기록을 가족과 친지에게 편지로 전했다. 그 기록은 한 개인의 삶이라기 보다 당시 조선인들의 삶과 일제에 의해 강제로 국권을 빼앗긴 당시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랭킨은 선교사 자격으로 서울, 평양 등을 오가기도 했는데 그 당시 서울거리를 자세히 써놓기도 했다. “ … 서울은 인구가 25만명이고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으며 선교사들 총회가 열리는 곳까지는 전차를 타고서도 45분을 가야하는 거리란다 … 이번 주에 평양에서 큰 모임이 있다. 그때 한국의 첫 장로교단이 형성될 것이다 …”

그녀는 한국이 일본에 강제로 병합되는 것을 매우 슬퍼하면서 “…한국은 군사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도덕적인 힘에 의해서 동양에서 주도권을 쥐는 나라가 될 것이다…”고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강조하기도 했다.

랭킨선교사가 순교하기까지 이 땅에서 4년반동안 쓴 편지가 전주기전여학교 개교 100주년이 되는 2000년에 <사랑을 심는 사람들>이라는 책으로 출판된 것은 그나마 참으로 다행스럽다. 그녀는 숨을 거두면서 “내가 한국에서 일하면서 가졌던 즐거움을 생각하면 내 목숨을 몇 번이고 기꺼이 바치겠다”고 유언처럼 말했다. 이와 같은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의 높은 위상이 있을 것이다.

최의선(본지편집위원·작가)

최의선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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