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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최의선 작가의 고막리 편지]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 어제까지도 쏟아지는 햇살이 무서워 외출은커녕 창밖 풍경만 바라보면서 더위가 물러가주기를 바랐는데, 오늘 새벽 공기는 저절로 긴 소매 옷을 찾게 해준다. 가는 것을 잡을 수 없고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이치가 새삼 깨달아지면서 허둥대고 조바심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얼마 전에 생겼던 바이러스 하나가 온통 대한민국을 숨죽이게 했던 ‘메르스’도 지나가고, 맹위를 떨치며 대지를 달구던 더위도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가지 않는 것이 없는 것을 보면 죽을 듯이 괴로운 시련 또한 분명 갈 때가 있을 것이다.

해서 ‘이길 수 없는 시련은 신이 주시지 않는다’는 말도 그냥 위로만은 아닌것 같다. 느닷없이 터진 불행 앞에서 우리는 죽을 듯이 괴로워하다가 큰 병을 얻게 되고 급기야 온 가족이 전염병에 감염되듯이 고통을 겪기도 한다. 어쩌면 그런 아픔을 지혜롭게 잘 대처하면 물러갈 것이고. 마침내 이겨내면 인생의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러가는 것이 어디 젊음, 더위, 고통, 불행뿐일까?
행복도 그렇고 권력, 명예 역시 지나갈 것이 틀림없다. 문제는 행복, 권력, 명예에 취해있는 동안은 지나가버린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것이다.
지금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이제 당신의 힘든 일도 해결이 되면서 곧 지나갈 거예요, 힘내세요.”라고 말해주면서 그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다. 그리고 또 권력에 취해 뻔뻔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버리는 정치인에게는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거든요.”라고 SNS에 한마디 문자라도 날려봐야겠다.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슬며시 다가오면 만나지는 못해도 늘 깨끗한 그리움이 있는 친구를 찾아 나서야겠다. 아니면 문수산 자락의 고막리 공기가 달고 맛있어졌으니 짬을 내어 훌쩍 달려오라는 청이라도 넣어야겠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김포우리병원 ‘시가 있는 풍경’산책로에 달려가 소담의 시를 음미하면서 가을날의 서정을 듬뿍 느껴봐야겠다.

<최의선 본지 편집위원·작가>

최의선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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