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최의선 고막리편지
평온함에 대해
[최의선 칼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것들을 잊고 산다. 삶에 관한한 우리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는 지독한 근시일 뿐만 아니라 근심, 걱정을 먼저하는 아둔함에 더 빠져있는 듯하다. 가장 감사해야 할 조건인 ‘건강하게 살아있음’도 아프고 나서야 건강함에 대해 감사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년 전 친구의 아들이 길을 가다가 갑작스럽게 폭행 사건에 휘말리게 됐는데, 불운하게도 그 일을 혼자 다 뒤집어 쓰게 돼버렸다. 다들 잽싸게 도망을 갔는데 그 아이 혼자 남아 있는 통에 상대의 치료비는 물론 자칫하면 아들이 감옥에 가야 하는 처지에 까지 몰렸던 것이다. 친구의 집안은 정말 6, 25동란보다 더 한 난리를 겪으면서 겨우 수습 할 수 있었는데, 한 달 여 동안 친구가 겪는 고통을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 친구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어서 밤새워 간절한 기도를 했던 일이 고작이었다.

불운 속에서도 진실이 밝혀져 ‘불행중다행’으로 치료비만 들이고 잘 해결이 되면서 수습이 됐는데, 위로차 만난 친구가 말했다.
“가족 모두가 편안히 잠자리에 들 수 있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았다니까. 두 다리 펴고 잘 수만 있으면 그게 최고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걸 깨닫는데 참 비싼 수업료를 냈어. 그래도 감사해 그걸 알았으니까.”

아주 평온해진 표정으로 했던 그 말은 이후 나의 화두가 돼 주었다.
12월이 되면서 올 한 해 날마다 두 다리 펴고 잠들 수 있었던 나날들에 대해 저절로 감사 기도가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세월호로 인해 수 많은 사람들이 편안히 잠들지못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나 하나의 평온했던 1년을 감사한다는 일이 죄송스럽기조차 하다. 어디 세월호 뿐일까!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음모, 사건, 사고로 인해 멍든 가슴을 부여 잡고 편안히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지....

그럼에도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나에게 주어졌던 ‘평온함’에 대해 감사해야한다.
그리고 불행을 겪은 사람들도 그 일을 통해 평온했던 지난 시간, 또 앞으로 맞이할 평온한 나날들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알게 됐으면 좋겠다.

최의선(본지편집위원·방송작가)

최의선 편집위원  -

<저작권자 © 김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의선 편집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