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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향기
최의선 칼럼

손수 차를 만들어 마시는 지인이 처음 해봤다며 쑥차를 권했다. 우려낸 차의 빛깔도 빛깔이지만 그 향기가 그윽하며 넉넉했다.

본래 쑥이 갖고 있는 향내뿐만 아니라 진하지 않으면서 오래동안 오감을 감싸는 내음이 신비하기 조차해 비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쑥뿐만 아니라 차는 상처를 많이 낼수록 향이 좋아요.”

차는 잎을 9번 덕고, 9번 비벼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상처를 골고루 많이 내야한다는 말은 새삼스러웠다. 9번 덕고 비비는 것이 상처를 내고 어루만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불현듯<상처>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수많은 상처를 받는다. 가족, 친지, 일, 사회생활 등등... 수시로 곳곳에서 생채기가 나고 때로는 칼에 찔리운 듯 피가 줄줄 흐르는 듯한 아픔을 겪는다.

서로 생각이 달라서 겪는 힘겨움, 돈벌이가 신통치 않아 파생되는 자존심 상함과 엄청난 두려움. 실연의 상처는 또 어떤가. 그리고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주는 상처 또한 얼마나 많은가.

미국 버지니아 공대의 조승희 사건은 그가 어렸을 때 당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점점 커져 그 엄청난 사건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밥만큼 절실하지는 않지만 한 잔의 차는 우리를 고즈넉하게 감싸안는 정서의 향기가 되어준다. 잎의 상처가 비벼지면서 승화된 그 맛이 우리 마음을 어루만지듯, 상처를 극복한 사람에게는 차가 따르지 못하는 향기가 있다.

상처에 지지 말고 당당하게 마주 서자.

고름 나오면 짜내고, 딱지가 나올 때를 기다리자. 괜히 딱지 미리 떼어내 생살 다치지 말고 9번 덕고 비비듯이 감수하며 기다리면 끝내 주변을 향기로 감싸는 넉넉한 향기를 지닌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대장간의 명검이 고열과 망치에 담금질되고 아름다운 도자기가 뜨거운 가마에서 피어나듯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감내한 사람은 자신은 물론 주위를 감싸고 위로와 용기, 희망이 된다.

사람의 향기는 그래서 맡을수록 그윽함으로 다가와 세상을 변화시킨다.

<본지 편집위원·작가>

최의선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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