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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부’가 만든 어느 잔칫집의 풍경

최의선작가의 고막리 편지

얼마 후면 고부사이가 될 예비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예단 문제로 만나게 됐다.

먼저 시어머니가 될 어른이 말했다.

“아무개야, 예단은 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네가 침구류를 해오면 나는 사용하던 침구류를 네가 해온 것을 쓰기 위하여 버려야 하는데 그건 낭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다 갖고 있고, 다른 것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네가 우리 집 새 식구가 되는 것이 제일 좋은 선물이라 여긴단다. 나도 너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면서 너에게 줄 선물은 따로 준비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서로의 마음이 담긴 편지를 주고받기로 하자.”

며느리는 진심이 담긴 시어머니의 뜻을 받아들였고, 시어머니께 마음을 담은 손 편지를 드리는 것으로 예단을 대신하기로 했다.

며느리의 편지에는 “신랑을 잘 길러주신 시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정겹고 행복이 가득한 집의 새 식구로서 잘 살겠다”는 다짐이 쓰여 있었다.

시어머니도 손 편지를 썼다. 시어머니는 “아무개야, 너는 사랑받기 위해 우리의 가족이 된 것을 늘 기억해주기 바란다. 나는 너를 사랑할 마음을 준비할 것이다.”는 뜻을 담은 편지를 4년 전 사두었던 핸드백에 담아 며느리에게 전했다.

편지를 받은 며느리는 그래도 아쉬웠는지 책을 많이 읽는 시어머니를 위해 낡은 의자 대신 시부모님의 서재용 의자를 겨우 선물할 수 있었고 그것으로 양가의 예단은 마무리 됐다.

6월 어느 토요일, 결혼식은 양가 친척과 신랑 신부의 아주 가까운 친구 몇 명만이 참석해 단란하고 아름다운 잔치로 이뤄졌다.

시부모가 운영하는 병원 임직원 900여명은 월요일 아침 신랑 신부의 이름이 새겨진 예쁜 떡 상자를 선물 받고서야 이사장 댁의 잔치를 알게 됐다. 또한 주변 많은 지인들은 그 사실을 알고는 놀라면서도 “그 분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수긍하며 초대 받지 못한 섭섭함을 달랬다.

우리동네 어느 의료인 가족의 아름다운 잔칫집 풍경이었다.

<본지 편집위원, 작가>

최의선편집위원  ces-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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