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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상급식 유감 "애들 먹는 것 가지고..."

무시무시한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지금 날씨와 같이 김포시 정치권이 '고교 무상급식'을 놓고 꽁꽁 얼어붙었다.

영하 3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야만 학교에서 조개탄 난로를 때 주던 시절이 있었다. 한 학급에 70명 이상이 모여 있을 때여서 체온만 해도 2천600도가 넘을 텐데 웬일인지 교실 안은 입김이 하얗게 나올 정도로 춥기만 했다.

아침에 엄마가 갓 지은 따뜻한 밥으로 도시락을 싸 주었어도 점심 때 먹으려면 얼음을 씹는 것만 같았다. 그 때와 비교하면 요즈음은 정말 "세상 참 좋아졌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미래의 주인'이자 '우리나라의 희망'이라는 학생에게 급식을 제공하고 그것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죽자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긴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무상급식하면 이건희 손자도 공짜 급식 먹는다"는 것.

우리나라에서 '무상급식' 논쟁이 불 붙은 것은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김상곤 후보가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부터다. 급기야 2011년 8월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실시했다가 시장직에서 물러나는 일까지 있었다.

무상급식은 이렇듯 민감한 문제이면서도 대놓고 반대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김포시에서 때아닌 무상급식 논란이 일어났다. 발단은 유영록 시장이 "내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며 관련 예산 27억원을 2018년도 본예산에 편성하면서부터.

내년도 본예산을 심의한 김포시의회 상임위와 예결특위에서 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예산이다", "3학년만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은 그 외 학년 학생들과 형평성에 어긋난다", "무상급식을 제공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는 이유를 들며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한 채 본회의에 상정했다. 여야 의원 의석수에 맞게 3대 2로 삭감을 의결했다는 후문.

부랴부랴 유 시장이 무상급식 예산 삭감을 재고해 달라고 호소까지 하는 일이 벌어져 관심을 끈 본예산 의결을 위한 13일 제2차 본회의가 열렸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우여곡절 끝에 20일 제3차 본회의로 의결이 미뤄졌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김포시 학부모들은 집행부와 시의회 양쪽에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집행부의  '이제야 시 재정에 여유가 생겨 고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게 됐고, 그래도 아직은 재정상태가 여의치 않으니 일단은 3학년부터 하고 내년 추경 때 전 학년으로 확대하겠다'는 말도 나름 일리는 있다.

시의회 의원들이 '지방선거 앞둔 선심성'이라거나 '차라리 내년 추경 때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라'며 반대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야당 의원들 입장에서 보면 웬지 유 시장의 무상급식안을 들어주기에는 찜찜한 것은 사실. 그렇다고 표결까지 가며 대놓고 반대하기에는 '애들 먹는 것 가지고 그런다'는 유권자의 눈총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양쪽의 말을 들어보면 집행부나 의원들 모두 '무상급식' 실시에 다른 의견은 없다. 그렇다면 최선의 방법을 모색해 무상급식 실시를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고 또 그렇게 여야를 떠나 노력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며 김포시와 시의원 양쪽에 묻고 싶다.

집행부는 예산안 편성에서, 시의회는 심의과정에서 각각 기회가 있었다. 고교 무상급식이 필요하다면 1조200억원이 넘는 예산안 가운데 덜 시급하고 덜 중요한 예산은 뒤로 미루고 무상급식 예산을 먼저 편성하면 안되는 것인가. 고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70억원 가량이 든다고 한다. 1조200억에서 70억은 얼마 안되는데...

여야 각각 급식관련 수정안을 발의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집행부가 전 학년 대상 무상급식 70억을 편성한 수정안을 발의하면 어떨까.

표결을 못한 의회도, 애꿎은 업무추진비와 엮어 딜을 시도하는 야당도, 꼭 필요하다는 고교 무상급식이라면서도 시행의지가 부족해 보이는 집행부도 '애들 먹는 것 가지고 장난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김종훈 기자  webmaster@gimpoj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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